환절기 換節期 between seasons
오한샘의 작업 〈환절기〉는 제주 곶자왈이라는 독특한 숲에서 태어났다. 곶자왈은 용암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, 바위와 틈, 어둠과 식물들이 얽히고설킨 숲이다. 이 숲은 길들여지지 않았고, 쉽게 걸을 수 없으며, 감정처럼—한 번도 평탄하게 흐르지 않는다. 〈환절기〉는 이 숲의 리듬과 몸의 계절이 만나는 어느 한 시점에 대한 기록이다. 사계절의 전환 사이, 우리가 보통 지나쳐버리는 ‘감정의 틈’을 그는 천천히, 정면으로 응시한다. 사진 속 인물은 흐릿한 빛과 무거운 숲의 공기 안에 놓여 있다. 그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, 말하지 않고, 대신 얼굴을 가리거나, 고개를 돌리거나, 숲의 어둠 속에 잠긴다. 이 작업은 계절이 바뀌는 찰나에 존재하는 우울, 혹은 그 우울을 일부러 감각하려는 태도에 가깝다. 계절은 지나가지만, 감정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. 우리는 때때로, 새로운 계절을 맞는 것이 아니라 이전 계절을 끝내 보내지 못하고 머문다. 〈환절기〉는 바로 그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다. 죽은 계절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, 그 잔여와 함께 있는 일. 무엇을 뒤로하고 넘어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간에, 우리는 조용히 질문을 반복한다.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 있고 싶었던, 그 감정의 마지막처럼.
개념
소재
무엇을 뒤로하고 넘어가나
떨어지는 물방울 들은 아는듯해
초록의 풀들과 만나 들리는 소리
우리의 표피에도 맞닿아 무엇을 뒤로하는지
지나간 죽은 계절을 뒤로하고
새 표피로 맞이하라고 소리쳐
후회의 망상
버려진 사색
구겨진 기회
무엇을 뒤로하고 넘어가나
조동진 - 제비꽃 
“.....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
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 눈길
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
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.....”

사계절이 또렷하다 할 수 있을까 사계 사이에 있는 환절기에는 우리가 놓치는 계절이 있지 않을까 놓치지 말고 우리가 쫓아가 그 계절을 찾는다면 그건 우울함 일 것이고 우리는 어쩌면 우울함을 달래기보다는 찾으려고 하는 건 아닐까 계절 사이사이의 우울을 끄집어내 적나라하게 우울을 즐겨보자
model : kang minju
film photography
35mm 
4x5 large format
self-scanning
2021. jeju island . gotjawal