제주도 濟州島 jejudo
시작
나는 원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.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.
그리고 그 대신, 사진은 내가 그릴 수 없던 장면들을 감각의 방식으로 안아주는 수단이 되었다.
그렇게 나는 풍경을 ‘보는’ 사람이 아니라, ‘감지하는’ 사람이 되었다.
내가 처음 사진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.
김영갑이라는 사진가, 그리고 그가 작업한 용눈이오름. 그의 사진을 처음 마주한 순간, 나는 풍경이 단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, 응시되고 기억되는 방식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.
그리고 어느 날 그가 말했다. “용눈이오름 하나만 해도 나는 평생을 찍어도 완성할 수 없을 것이다. 그만큼 가치가 무궁무진한 땅이다. 이 작업이 제주를 예술가들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.”
그 말은 내게 파문처럼 다가왔다.
나는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,
그 말 하나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.
나는 그날 이후 파노라마 카메라를 들었다.
그리고 오름과 숲, 바람과 그림자를 따라 걸으며, 나만의 방식으로 처음의 응시를 시작했다.
제주도
오한샘의 첫 전시 〈제주도〉는
작가가 처음으로 ‘사진’이라는 언어를 통해
자신의 감각을 세상에 건넨 시간이다.
이 작업은 단지 제주를 배경으로 한 풍경의 기록이 아니다.
작가는 제주라는 땅을 마주한 순간부터
사진이 단순한 기술이 아닌
감각의 자리, 응시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받아들였다.
〈제주도〉의 모든 사진은 ‘여명’을 주제로 하고 있다.
해가 뜨기 전의 시간,
사람들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어둠의 가장자리,
작가는 그 고요한 틈을 따라 오름을 오르고,
숲을 걷고, 멈추고, 바라보았다.
특히 이 시리즈는 파노라마 포맷으로 촬영되었다.
이는 단순히 넓은 프레임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,
말해지지 않은 감정과 풍경의 여백까지 품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었다.
프레임은 넓었지만, 그 안의 시선은 조용히 모아져 있었다.
작가는 늘 해를 등지고,
그 빛이 비추는 반대편의 풍경을 응시했다.
모두가 일출을 바라보는 순간,
그는 그 빛이 닿은 자리를 찍었다.
이 작업의 기저에는
사진가 김영갑의 용눈이오름 작업이 있다.
작가는 그의 사진을 처음 마주한 이후,
“용눈이오름 하나만으로도 평생을 작업할 수 있다”는
그의 말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.
그 말은 단순한 사진 철학이 아니라,
자신이 감각을 붙들고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.
〈제주도〉는 그렇게 시작되었다.
전시의 촉발은 우연처럼 찾아왔다.
작가는 늘 자주 찾던 자리에서
한 그루의 나무를 찍고, 그 사진을 현상한 뒤
처음으로 이렇게 말한다.
“이 사진은 어디에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.
다만 전시를 하게 된다면, 그때 보여주고 싶다.”
〈제주도〉는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니다.
설명하기 위한 사진도 아니다.
이 작업은
빛이 다가오기 전의 어둠을 감각하는 태도이며,
감정이 아직 말이 되지 않은 상태를 조용히 바라보는 응시이며,
사진이라는 언어가 처음 그에게 자리를 내어준 시간이다.
the following music is used under permission:
bonguri — kim min-ki
bonguri (with Th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) — kim min-ki
© kim min-ki, all rights reserved.
2017 ~ 2019 yongnuni oreum . saebyeol oreum









